세미한 소리 듣기: 절망 속에서 하나님과의 만남, 그리고 상담을 통한 회복
엘리야가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850명과 대결하여 승리한 직후, 이세벨의 위협 앞에 깊은 절망에 빠져 로뎀나무 아래에서 죽기를 구했던 사건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호렙산 동굴에서의 하나님과의 만남은, 깊은 좌절과 소진을 경험하는 현대인들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이 엘리야의 경험을 통해 세미한 소리 듣기의 중요성과 상담을 통한 회복의 과정을 나누고자 합니다. 특히 히브리어 원어의 의미를 통해 하나님의 섬세한 임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우리의 회복 과정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1. 엘리야의 절망과 하나님의 찾아오심
엘리야는 엄청난 영적 승리 직후 극심한 소진과 절망에 빠졌습니다. "오직 나만 남았거늘"이라는 그의 탄식(열왕기상 19:10, 14)은 깊은 고독감과 사역에 대한 무력감을 보여줍니다. 그는 도피하여 호렙산 굴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하나님은 그에게 다가오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엘리야에게 물으십니다.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열왕기상 19:9, 13) 이 질문은 비난이 아니라, 그의 고통과 상황에 대한 하나님의 세심한 관심을 보여줍니다. 엘리야는 자신의 열심과 고독함을 다시 토로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나님의 임재 방식은 우리의 편견을 깨뜨립니다.
2. 폭풍, 지진, 불, 그리고 '세미한 소리'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에게 크고 강한 바람, 지진, 불 가운데 나타나시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불 뒤에 **'세미한 소리'**가 있었습니다. 이 '세미한 소리'를 히브리어 원어로는 **"콜 데마마 다카(קול דממה דקה)"**라고 합니다.
- קול (콜, qol): '소리', '목소리'를 의미합니다.
- דממה (데마마, demamah): '고요함', '침묵', '평온'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숨소리'와 같이 미세한 움직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 דקה (다카, daqah): '가늘고 미세한', '얇은', '섬세한'을 의미합니다.
이 세 단어가 합쳐진 "콜 데마마 다카"는 직역하면 "고요함의 가는 소리" 또는 **"미세한 고요의 소리"**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작은 소리가 아니라, 모든 소란이 가라앉은 후에야 비로소 들을 수 있는 지극히 섬세하고 미묘한 소리를 의미합니다. 폭력적이고 강렬한 자연 현상 뒤에 찾아온 이 고요하고 세미한 소리 속에서 엘리야는 비로소 하나님을 인식하고 겉옷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오시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계시입니다. 우리는 종종 드라마틱하고 강력한 기적 속에서만 하나님을 찾으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때로는 모든 요란한 소음이 잠잠해진 후에야 들리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섬세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찾아오십니다.
3. 세미한 소리 듣기와 상담을 통한 회복
깊은 절망에 빠진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다시 세우시고 새로운 사명을 주셨습니다. 이 과정은 현대 기독교 상담이 추구하는 회복의 여정과도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 안전한 공간에서의 자기 개방: 엘리야가 굴 속에서 자신의 고독감과 절망을 토로했듯이, 상담은 내담자가 자신의 가장 깊은 아픔과 불안, 그리고 '나만 남았다'는 고립감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상담자는 판단하지 않고 경청하며, 내담자가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탐색하도록 돕습니다.
- 소란 속에서 고요함 찾기: 우리의 삶은 온갖 불안, 두려움, 세상의 소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소음 속에서는 하나님의 '세미한 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상담은 이러한 내면과 외부의 소란을 잠잠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상담자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혼란스러운 생각을 해소하며, 영적인 고요함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 하나님의 임재 인식과 새로운 관점: 상담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고, 그 안에서 여전히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인식하게 됩니다. 엘리야가 세미한 소리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 새 사명을 받았듯, 상담은 내담자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자신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선한 계획과 새로운 방향성을 발견하도록 돕습니다. '오직 나만 남았다'는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은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칠천 명'을 남겨두셨음을 알려주셨듯이, 상담은 내담자가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희망을 얻게 합니다.
- 관계적 회복과 치유: 엘리야는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회복되었지만, 이후 엘리사를 후계자로 세우고 공동체와 연결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상담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내담자가 건강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궁극적으로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결론: 삶의 굴 속에서 세미한 소리를 찾아서
우리는 때때로 엘리야처럼 깊은 절망과 고독감, 무력감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삶의 폭풍과 지진, 불 같은 고통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엘리야의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우리를 찾아오시며, 우리가 기대하는 강력한 방식으로가 아니라 지극히 섬세하고 고요한 '세미한 소리' 속에서 임재하신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기독교 상담은 바로 그 '세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담자의 마음의 문을 열고, 삶의 소음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분별하도록 돕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절망의 굴 속에서 헤매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내면의 고요함을 찾고, 당신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콜 데마마 다카'를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그 세미한 소리 속에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회복의 계획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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